결국 손아섭 떼놓고 떠난 한화, FA 역사에 남을 거물의 미계약 사태
결국 손아섭 떼놓고 떠난 한화, FA 역사에 남을 거물의 미계약 사태

한화 선수단은 23일 아침 호주 멜버른으로 떠났다. 2월말부터 일본 오키나와로 이어질 40여일의 긴 시즌 준비의 출발에서 손아섭(38)은 결국 제외됐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인 손아섭은 한화 소속이 아니지만, 원소속구단이 한화이므로 한화와 협상 관계가 계속 주목받았다. 그러나 스토브리그에서 의미 있는 협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타 팀 이적도 여의치 않은 손아섭은 현재 무소속 선수다. 개인 훈련 중이다.
과거에는 FA 계약 마감시한이 있었다. 1월15일까지 어느 구단과도 계약하지 못하면 그 선수는 해당 시즌에 등록될 수 없는 KBO 규정이 있었다. 이 규정이 폐지되면서 2013년부터는 FA 계약에 ‘마감일’이 없다. 그러나 선수도 구단도 1년 스케줄을 정해놓고 돌아가는 프로야구의 특성상, 정서적인 마감 시한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소한 정규시즌 개막 전까지 계약하지 못하면 그해에는 뛰기 어렵다는 심리적인 마지노선이 있다. 그리고 그 전, 스프링캠프 출발이 리그에서는 1차 데드라인으로 여겨진다. 나흘 전만 해도 리그에 5명이 미계약 상태였으나 현재는 손아섭이 유일한 미계약 선수다.

FA 중 미계약자로 남았던 선수들의 운명은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결국 은퇴한 선수들이 여럿 있다. 계약 마감 시한이 존재하던 시절에는 3명이 은퇴했다. 2006년 시즌을 마치고 FA였던 투수 노장진과 차명주, 2010년 시즌 뒤 FA였던 투수 최영필과 포수 이도형이 끝내 계약하지 못했다. 노장진, 차명주, 이도형은 결국 은퇴했다. 계약 마감시한을 정해놓은 ‘독소조항’의 문제를 제기한 이도형의 은퇴후 법적투쟁으로 이후 KBO 규정이 바뀌었다.
최영필은 1년 동안 멕시코와 일본 독립리그를 전전하며 복귀 의지를 다진 끝에 2012년 SK와 계약해 2017년 KIA에서 은퇴할 때까지 6년을 더 던지고 은퇴했다.
‘FA미아’는 계약 마감 시한이 폐지된 뒤에도 존재했다. 여러 선수들이 은퇴했다. 고생은 했지만 결국 부활에 성공한 선수도 있다. 현재까지도 리그에서 활약 중인 노경은(롯데)과 이용찬(두산)이 대표적이다.
노경은은 2018년 시즌을 마치고 롯데에서 FA 시장에 나왔다가 어느 구단과도 계약하지 못했다. 그러나 1년 동안 훈련을 이어가며 공을 놓지 않았고 원소속구단이었던 롯데와 2020년 2년 11억원에 FA 계약해 재기한 뒤 현재 리그 최고의 강철 베테랑 불펜 투수가 되어 있다.
이용찬은 2020년 시즌을 팔꿈치 수술로 일찍 마감한 상태에서 2021 FA 시장에 나갔다. 재활 중이라 어느 팀도 계약에 나서지 않았으나 독립구단에서 던지며 건강해진 팔을 확인시킨 이용찬은 그해 5월, 불펜이 사정이 급해진 NC와 3+1년 27억원에 계약했다.
결국 계약하고 재기하더라도 이들처럼 공백기를 갖지 않으려면 현실적인 방법은 사인앤트레이드다. 원 소속구단과 계약 후 곧바로 타 팀으로 트레이드를 진행, 양 구단이 합의해 FA 보상을 없애면서 이적할 수 있는 방법이다. 현실적으로는 선수측이 직접 트레이드 상대를 물색해 성사시키는 수밖에 없다.

최근 10년 사이 채태인, 최준석, 김민성, 김상수, 이명기, 이지영 등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그 중 2월 계약한 최준석, 이명기를 제외하면 모두 1월 안에 이적까지 완료돼 새 팀에서 시즌 준비를 함께 했다.손아섭 역시 올시즌을 제대로 뛰기 위해서는 사인앤트레이드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혀왔지만 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손아섭은 프로야구 통산 최다 안타 기록 보유자다. 2007년 데뷔 이래 20년 동안 통산 2618안타를 쳤고 통산 타율도 0.319로 역대 5위, 통산 득점도 2위(1400개)에 올라 있다. 앞서 두 차례 FA로서 합쳐서 150억원이 넘는 대형 계약을 했던 특급 선수다. 역대로 이런 레전드급 성적과 경력을 갖고 FA 미계약 신분이 된 선수는 없었다.
사인앤트레이드, 일정기간의 미아 생활 뒤 재기, 아니면 은퇴. 극적으로 어느 팀과 FA 계약하는 기적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이제 손아섭이 갈 수 있는 길은 세 갈래다. 역대급 거물의 미계약 사태로, 그게 어떤 길이든 FA 역사에 또 새로운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김은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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