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도 시험대" 100년 금기 무너졌다→유럽 5대리그 최초 '여성 지도자' 파격 선임…5경기 생존 프로젝트 가동
"정우영도 시험대" 100년 금기 무너졌다→유럽 5대리그 최초 '여성 지도자' 파격 선임…5경기 생존 프로젝트 가동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유럽 축구의 오랜 금기 중 하나인 '금녀의 벽'이 마침내 허물어졌다.
독일 분데스리가 우니온 베를린이 역사적인 결단으로 남자 프로축구사(史)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국내 팬들에겐 항저우 아시안게임 득점왕으로 이름 높은 정우영(26) 소속팀으로 친숙한 베를린은 유럽 5대리그 사상 처음으로 남자 1군 팀 지휘봉을 '여성 지도자'에게 맡겨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베를린은 12일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된 슈테펜 바움가르트 감독 후임으로 마리루이제 에타(34·독일) 코치를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령탑 교체 이상의 의미가 담긴 인사였다.
이 결정으로 에타 감독은 유럽 5대리그 초유의 남자 1군 팀을 이끄는 여성 감독이란 상징적인 위치에 서게 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프랑스 리그앙, 그리고 분데스리가로 이어지는 이른바 '유럽 5대 빅리그'는 오랜 기간 남성 지도자 중심 구조를 유지해왔다.
그런 만큼 이번 선임은 파격을 넘어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에타 감독에게 내려진 미션은 명확하다. 시즌 종료까지 남은 5경기 동안 팀을 이끌어 1부 리그 잔류를 확정짓는 것이다.
임시 감독이란 한계뿐 아니라 단기간에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다.
현재 베를린 상황도 녹록지 않다. 올 시즌 리그 11위(승점 32)로 순위상 강등권과 격차는 있지만 안정권이라고 보긴 어렵다.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16위 장크트 파울리(승점 25)와 승점 차가 7에 불과해 언제든 순위가 요동할 수 있다.
실제 최근 흐름이 너무 좋지 않다. 후반기 14경기에서 단 2승(5무 7패)에 그치는 극도의 부진으로 팀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구단이 '과감한 변화'를 단행한 것이다.
사령탑 교체를 통한 전술 수정이나 선수단 재정비 차원이 아닌 지휘 체계 전반을 손질하는 파격 수(手)를 뒀다. 그 중심에 에타 감독이 있다.

에타는 이미 독일 축구계에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온 지도자다.
현역 시절 독일 명문 투르비네 포츠담에서 활약하며 리그 우승과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UWCL) 우승을 경험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미드필더로서 17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경기 조율 능력을 높이 평가받은 중원사령관이었다.
2018년 은퇴 후 곧장 지도자의 길에 발을 디뎠다.
이 해 베르더 브레멘 유스팀 코치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경험을 쌓았고 독일 연령별 여자 대표팀 코치로도 활동해 현장감을 키웠다.
에타 감독은 성별을 넘나들며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채웠다.
베를린과 인연은 2023년 시작됐다. 베를린 U-19 유스팀 코치로 부임해 마르코 그로테 감독을 보좌했다.
같은 해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 당한 우르스 피셔 후임으로 그로테가 선임되자 에타 역시 영전했다. 베를린 수석코치 자격으로 1군 팀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초의 남자 1군 팀 여성 수석코치였다.
코칭스태프에 여성이 합류한 것만으로도 이례적이던 터라 이때도 유럽 축구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에타 감독은 베를린 U-19 팀 코치와 감독을 거치며 내부 신뢰를 쌓았다.

이번 선임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국제 축구계 흐름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최근 여성 지도자의 참여 확대를 주요 과제로 제언해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질 엘리스 FIFA 기술자문단장은 "지도자 영역에서 여성의 비율이 여전히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더 많은 기회와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조류 속에서 단행된 베를린 행보는 '실험' 이상의 의미를 품는다.
실제 현장에서 여성 지도자가 남자 프로팀을 잘 이끌 수 있는질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라 향후 유럽 축구계 인식 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
물론 현실적인 제약도 뚜렷하다. 남은 경기가 5경기에 불과한 데다 팀 분위기 역시 안정적이지 않다.
단기간에 조직력을 끌어올리고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어려운 환경이다. 성과 여부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에타 감독은 담담히 각오를 전했다. "구단이 도전적인 과업을 맡겨준 것에 감사하다"면서 "베를린은 위기에서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는 팀이다. 선수들과 함께 반드시 필요한 승점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 시즌 리그에서만 1138분을 뛰어 팀 내 14위를 기록 중인 베를린 주축 윙어 정우영이 새로이 출항한 '에타호'에서도 주요 역할을 계속 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정우영은 리그에서 3골 1도움, 컵대회에선 1골을 적립했다.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시즌 내내 출전 기회를 얻어온 만큼 팀 잔류 경쟁에 힘을 보탤 자원으로 평가된다.
이번 선택은 하나의 '시험대'다. 에타 감독 개인에겐 지도자로서 역량을 증명할 기회이고 구단엔 오직 1부 생존만을 염두에 놓고 던진 강력한 승부구다. 동시에 유럽 축구계 전체로 보면 오랜 시간 굳어져 있던 '남성 지도자 중심' 구조에 균열을 내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이 시험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지 독일 안팎으로 거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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