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왜 남들 안 하는 모험을 했나… 확률 높은 게임이니까, '2.0 버전' 업데이트 개봉박두
한화는 왜 남들 안 하는 모험을 했나… 확률 높은 게임이니까, '2.0 버전' 업데이트 개봉박두

[스포티비뉴스=멜버른(호주), 김태우 기자] 한화는 2026년 시즌을 앞두고 새 외국인 타자로 요나단 페라자(28)를 낙점했다. 상당수 관계자들이 귀를 의심한 사건이었다. 2024년, 팀에서 외국인 타자로 뛰었던 그 페라자가 맞았다.
페라자는 당시 122경기에서 타율 0.275, 24홈런, 70타점의 성적을 거둔 뒤 재계약을 하지 못해 팀을 떠났다. 이미 한 차례 '판단'이 끝난 선수였다는 의미다. 보통 이런 경우 해당 구단은 다시 영입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구단의 실패를 자인한 상황에서 또 기회를 주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타 구단들도 약점이 거의 다 드러났기에 웬만한 경우가 아니라면 눈길을 안 주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한화는 그런 페라자를 다시 품에 안았다. 당시 퇴출에 큰 이견이 없었던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영입한 것은 지난해 많은 부분에서 발전을 이뤘다는 내부 분석 때문이다. 페라자는 한화를 떠난 뒤 샌디에이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승격에는 실패했지만, 트리플A 138경기에서 타율 0.307, 19홈런, 11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01의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타고 성향이 강한 퍼시픽코스트리그(PCL)에서 낸 성적이기는 하지만, 1년 전보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훨씬 나아졌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일본 구단까지 달려들었을 정도로 잠재력 자체는 입이 아픈 선수다. 아직 젊은 선수라 더 성장할 여지도 있다고 봤고, KBO리그에 나름대로 적응도 마친 선수였다. 동기부여도 충만했다. 그렇게 페라자는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다시 얻은 기회에 말 그대로 열정이 넘친다. 캠프에서 성실하게 훈련을 하면서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몫도 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가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주는데 동료들도 덩달아 신이 난다. 이를 지켜보는 김경문 한화 감독도 흐뭇하다. 반신반의가 아닌, 당시보다 훨씬 더 나은 성적을 보여줄 것이라는 확신으로 변해가고 있다.
김 감독은 "그때 6월에 (자신이) 왔는데, 전반기에 잘하고 내가 들어갈 때쯤 펜스에 부딪혀 부상이 있었다. 그런 것과 맞물리다보니 수비도 에러가 많았다"고 떠올리면서 "하지만 어리다. 아무래도 페라자의 장점은 공격이다. 왼쪽, 오른쪽 스위치로 다 하면서 저 정도 쳐주는 타자가 별로 없다. 홈런 20개는 일단 쳐주지 않나"고 페라자의 공격력을 높게 평가했다.
실제 페라자는 부상 이전과 부상 이후가 다른 선수였다. 당시 페라자는 3월부터 6월까지는 62경기에 나가 타율 0.316, 16홈런, 46타점, OPS 0.992의 대활약을 펼쳤다. 시즌 초반에는 말 그대로 리그 최고의 타자였다. 어마어마한 장타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부상 이후인 후반기에는 57경기에서 타율 0.229, OPS 0.701에 머물렀다. 상대 분석도 있지만 역시 부상이 리듬을 많이 깼다고 봐야 한다. 한화는 전반기의 그 공격력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성숙해진 모습에도 기대를 건다. 김 감독은 "굉장히 어른스러워졌다. 진지해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외국인 타자들이 하지 않는 엑스트라 훈련까지 자청해서 한다. 수비가 우선이다. 김 감독은 "일찍 나와서 수비 훈련부터 먼저 한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그런 의지와 노력이 더 나은 페라자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2024년과 다른 환경 또한 긍정적이다. 2024년에는 아무래도 팀 타선이 틀을 갖추기 전이었다. 페라자가 혼자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가뜩이나 해외 경험이 없는 어린 외국인 타자가 많은 중압감을 느낄 법한 환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페라자가 한화를 떠난 뒤 심우준에 이어 올해는 중심 타선에서 페라자와 함께 할 좌타 거포 강백호까지 영입했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도 당시보다 더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혼자 다 해야 할 필요가 없다. 페라자도 한결 부담을 덜고 자기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팀 동료이자 중심 타선의 일원인 노시환 또한 "페라자가 원래 있을 때 장난기도 많고 어떻게 보면 분위기메이커를 하는 역할도 했었다. 애가 재밌다"면서 "페라자가 있을 때보다 지금 한화가 더 강해졌기 때문에 페라자가 합류하면서 우리 중심 타선의 타자들이 조금 더 좋은 쪽으로 (시너지를) 발휘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기대를 걸었다. 한화는 모험이라는 단어 대신, 확률 높은 게임이라고 판단했다. 그 '페라자 2.0'이 이제 곧 선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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